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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진의 자랑,,,불영계곡의 가을...      Nov.10.08 - AM 00:32:56 





불영계곡은 남성답다.
웅장하고, 박력있고, 힘이 넘쳐나고...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가을에 느낀다.
가을이 되면 어느 계곡보다 더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매초롬한 얼굴로 호객행위를 한다.

거기에 안넘어가는 사람 없다고 확신한다.

그렇다고 하여 매년 가을이면 그런 것도 아니다.
온도와 습도, 기상변화에 따라 그 이쁜 모습도 다르다.

올해는 유독 단풍이 멋지다.
내가 귀농하고 두번째로 뒤로자빠질 정도의 단풍을 자랑하고 있다.

회색 도시에서 찌든 영혼을 잠시 눕히며
쉴 수 있는 공간 중 으뜸이 된다고 확신하는 울진의 불영계곡이다.

비가 오고 있다.
비를 걷어내고 싶음인지 안개는 머리부터 이불을 개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이 바다, 덕진개...      Sep.10.07 - PM 23:11:49 



이름은 그다지 서정적인지 않지만 그 바다는 참으로 아늑한 곳이었다.
울진 읍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작년까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되어 있어서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었다.
올해 처음 개방된 곳...
그래서 더 신선해 보이는 건 사람 마음의 간사함일 것이다.

앞으로는 탁 트인 바다지만 옆으로는 아낙네의 앞치마처럼 오막하니 아기자기한 바다다.
바다가 여성스럽다.

움푹들어가 포근한 모래에 발을 묻으니 발바닥에 무언가 메시지가 전해진다.
그것은 자연이 내게 주는 메세지지싶다.
그러나 판독은 안되지만 마음은 푸근하고 흐뭇하다.

울진에는 여성스러움과 남자스러움을 모두 갖춘 바다가 있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지는 울진....
고마울 뿐이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죽변항      Nov.03.06 - AM 00:54:20 



울진으로 둥지를 옮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산중에서 솔바람 소리와 함께 지내다 가슴이 건조해지면 바로 달려가 바다에 안길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것이 몇이나 될까....

산중에서 바다까지는 내 운전실력으로 50분 거리다.
그리고 그 거리에서 조금만 더 가면 죽변항이 보인다.

어느 곳의 항구가 그렇듯이 오징어 잡이 배도 보이고 문어랑 다른 고기를 잡는 고깃배도 보인다.
죽변항이 되바라지지 않고 아담한 것처럼 그 항에 정박해 있는 배들도 정스럽고, 아담 사이즈다.

외국의 항구처럼 깔끔스럽지는 않지만 그곳에 가면 사람냄새가 비린내보다 먼저 안긴다.

그뿐인가.
배에서 막 꺼내진 신선한  어패류들을 직접 살 수 있으며 신선한 회도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물새들과 진종일 놀아도 질리지 않는다는 거다.
울진의 죽변항에만 물새가 있는듯 나는 그 물새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 물새의 몸 어느 후미진 곳에 울진태생이라고 쓰여 있기라도 하듯이...

살다보면 아무 곳이나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그대는 어디를 떠올리는가.

난 바다를 떠올리는 때가 점점 많아진다.

가슴이 건조하여 팍팍하다면 ,
온 몸에 소금기가 빠져나가 금방이라도 상처가 덧날 것같으면
그대여 바다로 오라.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바다도 사투리를 한다 - 봉평해수욕장      Feb.17.06 - PM 21:36:57 

바다가 그리운 날엔 그곳에 가보자.
우리나라 어디에 가도 바다가 있을 것처럼 삼면이 바다지만 바다가 어디 다 똑같을까.

요 며칠 밭에 엎드려 풀과의 전쟁을 하느라 몸 속의 소금기가 빠져나가 그런지 바다가 보고싶어졌다.

이리 한번 마음을 먹게 되면 달려가봐야지 가슴이 건조해 견딜 수가 없다.

오늘은 마음을 다잡아 먹고 달려간 곳.
울진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봉평해수욕장.

그곳에서 보면 죽변항이 코앞에서 알짱거린다.

산골엔 비가 많이 와 핑계김에 나섰는데 이곳에는 비가 안오고 잔뜩 흐려있다.
내 올 것을 알고 잔뜩 참고 있는 얼굴로 나를 맞는 그가 그리도 고마울수가 없다.

오늘은 그들의 맑은 소리를 귀로 난 길을 통해 가슴으로 넣기 위해 왔다.

처음 바닷가에 서면 한동안 귀가 달그락거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들의 소금기있는 맑은 소리가 귓고래에 낀 찌꺼기를 털어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런 예식을 치르고나면 바다의 이야기가 거침없이 가슴으로 전달된다.

오늘은 바다가 말하고 난 듣기만 했다.

바다도 사투리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싱겁기 짝이 없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바다도 사투리를 한다.

처음에는 바다도 표준말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울진 사람들과 어우러지다 보니 사투리를 구사하게 되었겠지.

바다는 울진인들의 더없는 친구요, 스승이니까.
그래서 하나가 되었으리.

귀농하고 처음 봉평해수욕장에 갔을 때, 난 그들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것만 봐도 사투리를 씀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알아듣는다.
이젠 나도 울진 사람이 되어 사투리를 잘 알아들으니 그의 소리도 눈치채는 것이리.

봉평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도 백사장이지만 소나무 숲이 바다를 지키고 있다.
소나무 아래 앉아 눈을 치켜 떠 보면 지평선이 가찹게 보인다.

보이는가...
지금 저 지평선에 점 하나.

고기잡이 배...

그 배는 바다로 바다로 무엇을 낚으러 가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동안 무엇을 낚으려고 허우적거리는 모습과는 달리 참으로 평온하고 침착하고, 느린 모습으로 갈 길을 간다.

바다에 있으면
이리 삶을 점검할 수 있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2005.7월 )



   왕피천 하류에서의 숨소리      Feb.17.06 - PM 21:35:08 

오늘은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며 차머리를 수산교로 돌린다.
궁금증이 있으면 풀어야지 그대로 못있는 성격인 초보농사꾼이...

그 기질을 어린 두 박씨가 고대로 물려받았으니 산골오두막은 호기심찬 눈 여섯이 늘 빛나고 있어 밤에도 불편하지 않다.

어디냐고 물으니 '왕피천 하류'라고만 한다.

정확한 지명을 말하라니 가면 내 표현대로 자빠지는 풍광에 뒷머리나 조심하란다.

사실 머리통 조심할 일이 없다.
울진에 빼어난 풍광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이제 놀란 가슴이 더 널뛰듯 할 일도 없다니 보고 나면 입찬 소리한 것을 후회할 거란다.

차는 수산교를 지나 석류굴 입구에서 죽 가다보면 비포장길이 나오고도 한참 더 구산리 쪽으로 갔다.

그리가다보면 이름도 서정적인 '달길'마을이 나온다.

그 마을을 조금 지나자 초보농사꾼이 차를 멈추고 내리더니 숨소리를 고른다.
나야 얼떨결에 따라하는 수밖에...

길같지 않은 험한 언덕을 내려가고 다시 잔가지가 무성한 나무를 헤집고 내려갔다.
그리 내리막길에 발을 내맡기고 얼마 안가서 나타나는 모습!!

"햐~~~"
소리도 안나온다.

그는 거기서 그렇게 소리없이 살고 있었다.
봄, 여름,가을, 겨울 없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제가 알아서 제철 옷을 갈아입으며...

내는 내대로 흐르고, 나무는 나무대로 알아서 단풍 들고를 반복하고.. 그 둘을 조화롭게 비추이는 맑디 맑은 거울...

불영계곡과 흡사하나 그의 성격이나 인품은 첫눈에도 색다르다.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너는 그곳에 '그렇게' 있고, 난 산중에서 '그렇게'사는 것이 또 다른 조화이리.

울진 사람이 되고, 너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니라....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2005.2월)

(이 코너는 산골가족이 직접 가 보고 , 숨소리를 느끼고 온 곳을 하나 하나 소개하고 있습니다.)
   500년된 소나무와의 만남      Feb.17.06 - PM 21:34:00 

울진이 불영계곡과 소나무 숲을 품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임에 틀림이 없다.
불영계곡으로 치자면 오염되지 않은 옥색 물이 기암 절벽과 어우러져 보는 이에게 조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 뿐인가.
마치 손을 벨 것같은 계곡 물의 당당한 모습은 사계절을 지켜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500년된 소나무는 36번 국도에서 소광리로 접어들어서부터 약 20분을 비포장길과 씨름을 해야 그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오히려 철학이 깃든 소나무를 보려는 이의 마음을 비포장 길에서 담금질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리.

500년 된 소나무의 주위에는 보기만 해도 몹쓸 병이 금방이라도 나을 것같은 기이하고, 장엄한 소나무들이 정갈하게, 가지런히 꽂혀있다.
각자의 표정을 가지고...

아마도 울진군에서 소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 가꾸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요즘 소나무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걱정들을 한다.
그러나 이곳 울진에서는 이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쉼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귀한 소나무에게는 여러 번 왔었지만 '내사랑 울진'에 올리기 위해 부러 간 것이 두 번이다.
한 번은 이른 봄에 가니 산불예방 차원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통제하는 것은 좋은데 통제원이 좀더 친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때문에 들뜬 기분으로 그곳으로 달려간 마음은 바닥에 폭 엎드려 있어야했다.

소광리 일대가 거의 소나무 숲이라고 보면 된다.
그를 찾아 가는 자체가 산림욕이요, 그를 보는 자체가 신과 자연과 사람을 엮는 끈이 되다보니 철학자가 되는 것을 시간문제다.
그럴 때 그는 이미 소나무가 아니다.

그것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그 옆에는 통나무로 지은 아담한 전시방이 있다.
몇 백년 세월은 촘촘한 나이테 속에 박혀 그를 들여다 보는 이들에게 제 나이만큼이나 가늘게 미소짓는다.

그곳에는 나이별로 소나무의 절단면을 보도록 전시해 놓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가면 교훈될만한 자연현장을 맘껏 볼 수 있는 곳이다.
단, 부모가 이 소나무를 어떻게 설명할런지에 따라 아이의 신비로움은 배가될 것이다.

어떤 자연물이나 자연현상을 보든 그 부모의 사고가 열려 있고, 자연물을 대하는 존경심이 바탕이 되어 있다면 그 아이들은 일단은 요새말로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하기에 그냥 오래된 소나무 뭐 볼게 있다고 그 비포장길을 지나 어쩌구 저쩌구 하면 별볼일 없는 곳이요, 전자와 같은 사고를 가진 부모라면 자식에게 단순히 나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그리고 세월과 삶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든다.

선우와 주현이가 두 팔을 이어 둘러 안았는데도 그를 다 품지 못했지만 소나무의 인연이 나머지 끈을 이어주고 있다고 느꼈을 때 그들은 몇 살이 되어 있을까.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2004년 9월)


   여인네의 앞치마와 같은 소광리      Feb.17.06 - PM 21:32:42 

아무리 생각해도 울진하면 불영계곡과 소나무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 불영계곡이 남성의 야성미를 지녔다면 소광리는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떠안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난 불영계곡 보다는 소광리가 더 눈이 간다.
빼어난듯 깎아지를 콧대높은 절벽도 없고, 날 잡아봐라를 해도 좋을듯 거센 구불거림도 없다.

소박한 물(물이 소박하다??)이 바위와 잘 어우러져 대가족이 사이좋게 섞어살듯 우리네와 잘 섞여 놀 수 있다.

소광리는 울진에서 봉화로 가는 36번 국도에 있는 장천교에서 꺾어들어 가면서 여성의 치맛폭같은 개울이 이어진다.

오래라 조래라 하는 세상의 일상에서 살짝 비껴있는 포근한 보금자리와 같은 소광리.
서울에서 끈을 끊고 온 산골가족에게 새살을 돋게 하는 소광리가 있으니 언젠가는 자연스레 울진과 섞여 살겠지...

태풍 루사와 매미때 엄청난 수해를 입은 소광리.
태풍은 소광리의 얼굴을 성형수술한 부자연스런 여인네의 얼굴처럼 변했다.

그러나 물길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물이 넘쳐 난 흔적은 힘들이지 않고도 찾아낼 수 있다.
수해복구를 하고 찾아가본 소광리...

마음이 아파온다.
그 아름답던 예전 모습을 애써 찾으려하니 눈이 애리해진다.
자연은 잘난척하는 인간을 이런 식으로 깨우쳐 주는데 목이 힘이 바짝 들어간 인간은 아직도 못알아차린다.

째진 눈에 가느다란 입술을 한 한국여인과 같던 단아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잊혀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계곡의 물은 오랫만에 찾아온 산골 가족을 잘도 기억해낸다.

이제 얼마 후면 여름이 되고 산골아이들의 수영타령이 입에 걸릴텐데 소광리는 마취에서 깨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잠시 소광리에 차를 세워놓고 그들의 아픈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맑디 맑은 마음이 이내 내 얼굴을 그려내고...

이제 세월이 흐르면 옛날 소광리의 다소곳하고, 아리한 경치를 볼 수 있으리.

소광리는 밤을 지세기도 안성맞춤이다.
손전등들고 올갱이를 잡는 그 재미는 그 놈의 국물맛보다 더 찐하다.
막 잡아논 올갱이와 부추를 냄비에 넣고 된장도 풀어 끊이면 더없는 밤안주가 된다.

불영계곡도 외로울 때 마실와 기웃거릴만큼 안락한 곳이다.
그런 소광리가 곁에 있어 덜 허기진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깎아지른 곳의 "사랑바위"      Feb.17.06 - PM 21:31:15 

국도변을 오가는데 공사가 한창이었다.
벤치도 만들고 , 입간판도 만들과 말이다.

간판엔 '사랑바위'라는 이름이 걸려 있고, 분주히 이어지는 공사가 왠지 반갑지만은 않은 마음으로 스쳐지나갔었다.

안그래도 36번 국도변 서면 삼근1리 새터재에 사랑바위가 있다는 입소문은 들었었다.
선우도 학교에서 가보았는데 사람같이 생겼다고 했다.

호기심많은 초보농사꾼이 왜 궁금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바로 국도변에 있는데 , 본인은 한참 험한 곳으로 내려가야 있는줄 안 모양이었다.

그러니 여유가 없어 구경을 못하다 오늘 성당에 다녀오면서 홈에 자랑하고 싶어 사랑바위를 찾아갔다.

공사는 끝이 났고, 벤취와 사진찢는 곳까지 친절히(?) 마련해 놓았다.
접근하기엔 위험하기 때문에 보호울타리까지 설치하여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왠지 사람의 손길이 가면 자연미는 반감되기 마련인가 보다.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는 명목 아래 많은 예산을 들였으면 좋아야 하는데 왠지 사람의 인위적인 흔적에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모습을 보라.
굳이 주석을 달지 않아도 되는 그런 모습이었다.

남녀가 서로 꼭 끌어안고 앉아 사랑을 나누는 형상이다.
남자와 여자의 구별은 뚜렷하다.

여자의 뒷머리 아래쪽에 쪽진 머리모양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남자의 우람한 팔뚝이 여자를 꼭 감싸 안은 것으로도 그 구별은 가능하다.

사랑바위는 그 위치가 겉으로 드러나는 곳에 있지 않다.
사랑바위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고, 다양한 크기의 소나무들 속에 있으며, 그 아래로는 불영계곡이 두 사람의 사랑에 방해하지 않으려고 소리없이 멀리서 흐르고 있다.

그런 경치가 어우러져 두 남녀의 사랑을 부채질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경이다.

이런 자연물을 보면 참으로 오묘함을 느끼지 않은 수 없다.
모든 것들이 그저 그렇게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떤 '인연'으로 거기에 그리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린 또 어떤 '인연'으로 이 먼 불영계곡에서 발을 붙이고 사는지...

선우, 주현이가 차에서 자기에 우리만 구경하고 왔기 때문에 한번은 더 가야한다.

안그러면 배겨내질 못한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거북바위의 유일한 친구 "갯방풍"      Feb.17.06 - PM 21:29:22 

울진에서도 연꽃을 맘놓고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연꽃하면 종교적인 색채로들 느끼지만 ,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배울 점이 많은 꽃이다.



진흙 속에서도 자신의 향기를 풍기는 모습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환경이 내게 좋게만 작용하지 않더라도 심지가 곧으면 스스로 향기를 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꽃.

그 뿐인가.
비올 때 연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그 크고 멋대가리 없이 생긴 연잎에 빗물이 고이면 어느 정도 품고 있다 이내 미련없이 털어낸다.

사람은 어디 그런가.

한 방울의 욕심도 없이 기름종이에 물굴러 흐르듯 뽀송 뽀송한 잎을 이리 저리 구르다 이내 못으로 떨어지는 방울들...

스스로를 비울줄 아는 존재.
주어지는대로 갖는 것이 아님을 연꽃을 보면서 배운다.

겨울나무도 있는대로 욕심껏 눈을 끌어안고 있다 사지가 찢어지는 고통을 당한다.
머리에 적당히 쌓이면 스스로 제 몸을 흔들어 쌓인 눈을 털어내는 놈만이 사지 멀쩡하게 겨울을 날 수 있듯이...

연꽃에서도 인간사를 배울 수 있으니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도 자연을 가까이 할 일이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말했던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존중하라. 그러면 그것들도 널 존중할 것이다"라고...

울진읍 연지리에는 연호라고 하는 자연호수가 있다.
옛날에 高氏가 살던 마을이었는데 마을의 땅이 꺼져 늪이 되었다고 하여 高姓늪이라고 했단다.

구한말까지만 해도 호수가 지금의 울진읍 시내 중심부까지 미칠 정도로 방대한 호수였다고 하는데....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흘러 호수에 土砂가 유입되면서 잠식되어 지금은 호수의 둘레가 2Km이고, 수심이 2m 안팎으로 작아졌다.

연호는 전체 湖面이 연잎으로 덮혀있고, 국내에서도 가장 큰 연못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 덕진공원에는 7월 중순이면 연꽃을 볼 수 있으나 울진은 조금 게으르다.
8월 중순이면 그 교훈적이고, 자비로운 모습의 연꽃을 볼 수 있다.

또한 연호정은 연호의 北岸 기슭 송림 속에 세워져 있다.

연호 주변에 잘 정리된 산책로를 따라 연꽃만이 말하는 맑은 소리를 귀에 담고, 향기를 가슴에 두면서 걸으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진다.

내 걸음의 속도에 맞춰 저도 나를 따라 호수를 돌고....
마음도 돌고...

울진읍에 가서 연꽃도 보고, 바다도 보고 오면 가슴은 어느새 새로운 삶의 사잇길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8월에는 연꽃을 보러 연호에 갈 일이 있으니 또한 울진사는 기쁨이 아닌가 생각한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연꽃 그리운 날엔 연호정에 가자      Feb.17.06 - PM 21:26:26 

울진에서도 연꽃을 맘놓고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연꽃하면 종교적인 색채로들 느끼지만 ,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배울 점이 많은 꽃이다.

진흙 속에서도 자신의 향기를 풍기는 모습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환경이 내게 좋게만 작용하지 않더라도 심지가 곧으면 스스로 향기를 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꽃.

그 뿐인가.
비올 때 연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그 크고 멋대가리 없이 생긴 연잎에 빗물이 고이면 어느 정도 품고 있다 이내 미련없이 털어낸다.

사람은 어디 그런가.

한 방울의 욕심도 없이 기름종이에 물굴러 흐르듯 뽀송 뽀송한 잎을 이리 저리 구르다 이내 못으로 떨어지는 방울들...

스스로를 비울줄 아는 존재.
주어지는대로 갖는 것이 아님을 연꽃을 보면서 배운다.

겨울나무도 있는대로 욕심껏 눈을 끌어안고 있다 사지가 찢어지는 고통을 당한다.
머리에 적당히 쌓이면 스스로 제 몸을 흔들어 쌓인 눈을 털어내는 놈만이 사지 멀쩡하게 겨울을 날 수 있듯이...

연꽃에서도 인간사를 배울 수 있으니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도 자연을 가까이 할 일이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말했던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존중하라. 그러면 그것들도 널 존중할 것이다"라고...

울진읍 연지리에는 연호라고 하는 자연호수가 있다.
옛날에 高氏가 살던 마을이었는데 마을의 땅이 꺼져 늪이 되었다고 하여 高姓늪이라고 했단다.

구한말까지만 해도 호수가 지금의 울진읍 시내 중심부까지 미칠 정도로 방대한 호수였다고 하는데....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흘러 호수에 土砂가 유입되면서 잠식되어 지금은 호수의 둘레가 2Km이고, 수심이 2m 안팎으로 작아졌다.

연호는 전체 湖面이 연잎으로 덮혀있고, 국내에서도 가장 큰 연못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 덕진공원에는 7월 중순이면 연꽃을 볼 수 있으나 울진은 조금 게으르다.
8월 중순이면 그 교훈적이고, 자비로운 모습의 연꽃을 볼 수 있다.

또한 연호정은 연호의 北岸 기슭 송림 속에 세워져 있다.

연호 주변에 잘 정리된 산책로를 따라 연꽃만이 말하는 맑은 소리를 귀에 담고, 향기를 가슴에 두면서 걸으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진다.

내 걸음의 속도에 맞춰 저도 나를 따라 호수를 돌고....
마음도 돌고...

울진읍에 가서 연꽃도 보고, 바다도 보고 오면 가슴은 어느새 새로운 삶의 사잇길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8월에는 연꽃을 보러 연호에 갈 일이 있으니 또한 울진사는 기쁨이 아닌가 생각한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자지러지는 불영사 계곡      Feb.17.06 - PM 21:24:35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이런 기막힌 풍광이 있다는 것, 오염되지 않은 계곡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봉우리들을 크게 감싸고 돌아 山太極. 水太極을 이룬 곳에 고찰 불영사가 있다.

명승 제 6호인 불영사계곡은 울진읍 대흥리, 서면 하원리, 근남면 수곡리로부터 그 위 쌍전리 등에 걸쳐 빼어난 모양새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집은 이 불영사계곡의 상류에 위치해 있다.
지금 생각하니, 귀농 꿈도 안꿀 때 , 오지라면 사족을 못쓰고 텐트싸들고 자식과 마누라데리고 다니던 남편이 이 불영사계곡을 빼먹을리 없다며 휴가를 왔었다.

와서보고 감탄하다 그만 일정을 늦추며까지 휴가끝나도록 머물던 곳이 바로 요 아래임을 귀농하고 알아내곤 얼마나 인연에 놀라워했는지....

계곡은 국도를 옆에 두고 길게 누워있기 때문에 가까이서 절경을 눈에 넣을 수 있다.
계곡의 아래 부분과 계곡 양 절벽에는 흰색의 화강암이 둘러쳐 있어 마치 허리때를 두른 모습이다.

화강암과 물을 제외하고 나면 소나무만 남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20M나 되는 크고 오래된 금강송이 뒤덮고 있다.

그 위에 한겨울 눈이불이라도 덮으면 불영사 계곡은 또 다른 신천지.
어디를 봐도 나약한 구석이란 없다.

늘 그 자리에서 사람처럼 더 뜨거워지지도 않고, 더 차가워지지도 않으며 자신의 마음의 온도를 잘 관리하며 사람을 대할 뿐이다.

그러니 삶의 잣대를 '자연'에 맞추어 놓고 안간사를 살펴보면 오차가 있을 수 없다.

남방계와 북방계의 각종 동물과 식물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곳이기도 하여 탐사지로도 유명하다.

깎아지른 절벽에는 소나무 외에도 굴참나무, 국수나무, 산초나무, 자작나무, 떡갈나무, 싸리 등이 울창하게 서로 몸을 기대고 있다.

숲속에는 토끼 , 다람쥐, 노루, 멧돼지 등이 은은시리 잘 살고 있고, 물에는 돌고니, 갈겨니, 꺽지 등도 살고 있다는데 그들의 살아가는 물세상 이야기가 물밖으로 곧 튀어나오는 것만 같다.

이 좋은 곳을 우리의 자손대에도 이 모습 그대로 물려줘야 하는데 우리의 욕심의 끝이 안보이니...

마음이 허할 때, 자주 찾아가 마음의 위로를 받는 곳.
이방인인 내게 늘 따스한 음성으로 먼저 말을 거는 물옹알이 소리.

깎아지른 절벽 그 공간에 몸을 의지하고 세월을 만들어내는 소나무를 보면 어느 새 등이 따사로워진다.

내 성당도 계곡과 함께 간다.
묵주기도를 하면 저도 옹알 옹알 화답을 하며 말이다.

늘 그 모습 그대로 있어 묵뚝뚝해 보이면서도 닥아서면 반가워 먼저 손을 내미는 계곡의 친구들....

3월에 눈을 맞은 불영사계곡에서 봄소리가 깨어나고 있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2004년 3월)


   행곡리의 처진 소나무      Feb.17.06 - PM 21:23:30 

귀농하기 전 남편이 울진이라는 곳을 데리고 왔었다.
하도 반대를 하니 귀농한 집을 보여준다고...

굽이 굽이 산길을 돌고 돌아도 또 산과 강....
또 돌고 돌아도 산....

끝없이 이어지는 산골까기와 드문 드문 항아리 엎어놓은 것처럼 앉아있는 집들이 눈에 서리게 들어왔다.

겨울바람은 세트로 그 산골짜기를 휘감아 도니 마음도 그 장단에 맞추어 휘둘리기 시작했다.
그 때 유심히 눈길을 끈 것이 소나무 군락.
눈에 넣으려고 안해도 들어와 안기는 푸른 소나무 덕에 눈물빼지 않고 그 고개들을 잘 넘어 울진으로 올 수 있었다.

울진에 삶의 보따리를 풀었을 때
낯선 설음을 제일 먼저 토닥여 준 것도 소나무요.
눈이 아른거릴 때마다 와서 시원하게 얼러준 것도 소나무다.

그래서 소나무와 하늘과 울진은 세 박자가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궁합이 되었다.

그런 어느 날
나와 그 환상의 궁합을 알았는지 초보농사꾼이 보여줄 것이 있다며 데리고 간 곳이 행곡리다.

'행곡리의 처진 소나무'

우람하게 버티고 서있는 폼이 다른 나무처럼 가벼워 보이지도, 경박스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누구를 해코지할 것도 없고,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을 일을 잘해내는 우리네 조상의 근성을 닮았다는 인상이 들었다.
그래서 푸근하고....

정말 축축 처진 것이 예전 천안 삼거리에 있던 능수버들같다는 인상까지 들었다.

고향의 나무와 인상이 같다보니 맘이 확 끌렸다.
그리 하늘을 향해 힘차게 오르려니 기상을 보고있자니 옛날 방학때마다 천안삼거리의 능수버들을 지나 병천 고향으로 가던 기분이 들었다.

이 '행곡리의 처진 소나무'는 나이만도 300년이 넘었고, 키가 14M에 허리둘레가 2M나 된다.
그러면서도 기세는 등등하여 하늘로, 계곡으로 자신의 몸을 자꾸 흔들며 주위의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이 보는 이를 외소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나무는 희귀한 품종이라 천연기념물 제40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귀하고 특이한 것이 저 잘난 멋에 외톨이로 둘레가 처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울진의 어느 작은 마을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마을 어귀에 태연스레 서있는 모습이 더 정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처진 소나무'를뒤돌아 보니 내 어릴적 능수버들을 뒤로 하고 고향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소나무 앞에 놓인 경운기가 처음에는 맘에 걸렸는데 자꾸 생각할수록 우리 산골가족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농기계다 보니 그것을 굳이 안나오게 하려고 기를 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그대로 올린다. 남들이 이름을 짓는다면 아마도 '처진 소나무와 경운기'이리 짓지 않을까.....)
   울진에서만 볼 수 있는 되새떼      Feb.17.06 - PM 21:22:11 

고백하건데 난 새이름엔 잼뱅이다.
새하면 뜸부기, 까치, 참새, 뻐꾸기, 까마귀, 기러기 정도가 다다.
그나마 산골와서 건진거라면 홀딱벗고 새 등 몇 종류가 되지만 그래도 내 체면을 유지시켜 준 것은 단연 홀딱벗고 새다.

봄에는 제일 먼저 겨울의 두꺼운 옷을 벗고 싶은지 우리들에게도 홀딱~벗고 하며 부추긴다.
그 정도니 말해 무엇하랴.

그런 내게 새로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겨울 철새인 되새떼 50만 마리 정도가 하늘에 수를 놓고 있다고.

'그런가보다'족인 난 FM대로 '그런가보다'했다. 그러나 초보농사꾼은 다 알다시피 '한 호기심'하는 사람
당연히 내일 당장 가서 '찍어먹어 봐야'한단다.

하루는 보러 작정을 하고 나섰는데 이런 저런 일에 쫓기다 그만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넘긴 것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골로 돌아왔으니 초보농사꾼 성질 다 죽었다 싶었다.

오늘은 '되새와의 만남'을 오늘의 제1과제로 삼고 디카 목에 걸고 당당히 산골을 떴으나 어디 세상 일이 내 맘대로만 되는가?

야콘 품절되기 전에 아는 분들께 선물한다고 하여 그 선물을 이리 저리 돌리다 보니 되새와의 약속시간이 다 된 것.
대충 야콘 선물 박스를 상대방에게 던지다시피하고는 울진군 원남면 금매리로 달렸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처음 듣는 이름의 소유자는 나타나지 않으니...
결국 신문사 기자에게 다시 위치 확인을 하고 찾아가니 청정지역만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그들이 먼저 와서 환영의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 청정지역으로 울진을 점찍고 그 머나먼 길 찾아왔으니 이리도 고마울 수가 없다.

내 이 고마운 손님들에게 울진 사람으로서 어떤 손님대접을 해야하나...

새의 시간감각은 빠르다고 한다.
비둘기는 파편을 피할 만큼 빠르게 반응한단다.
이렇듯 모든 동물에게도 생물학적 시계가 내장되어 있다니 신의 오묘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맞았다.
그들은 느린듯, 흐느적거리는듯 너울거렸지만 몸새는 힘이 넘쳤고, 하늘에 그리는 문양은 더 없이 변화무쌍하고 유연했다.

날씨는 눈이 하늘에 얼어 붙을 정도로 추웠으나 그들의 몸동작은 태아가 에미 뱃 속에서 양수와 함께 출렁이듯 매끄러웠다.

" 달을 보고 놀자 하네.
달 뒤에 숨자 하네.

두 패로 나뉘었다, 달을 중심으로 들러붙다...
세상이야 욕지거리판이지만,
하늘은 청순하니 공연히 세상일 트집 잡을 것 없이 노을 속에
젖어보세. "
하며 내 손을 이끈다.

그들은 이승이 아닌 어떤 새로운 세상을 우리에게 미리 보여주는듯 황홀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내 눈을 자극했다.

처음이다.
새떼에 홀린듯한 기분이 들기는..
새떼를 보며 가슴이 일고, 어깨가 들썩이고, 발을 구르기는...

살면서, 죽으면 어떤 세계로 갈지 미리 보는 경우를 이제는 자주 느낀다.
오늘의 이 되새떼의 몸동작도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이는듯했다.

이들은 마을 뒤에 있는 대나무 숲에서 잠을 자고 먹이를 찾아다니다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이리 겨울을 보내고 2월말에서 3월에 다시 만주 등으로 날아간다는 것.

내 생전 새떼를 보고 이리 신나한 적이 있었을까.
그들은 날이 추우니 날더러 먼저 집으로 가라고 등을 떠민다.
지들은 더 달과 함께 놀다 자려갈테니...

노을은 우리들의 따뜻한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혼자 짙어갔다.
우리 서로 최선을 다해 각자의 길을 가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

내년에 꼭 다시 만나자고...
우리 서로 낯선 울진에 와서 정붙여 살아보자고 굳게 손을 흔들어 주고 돌아서 왔다.

2004년 2월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촛대바위와 마중      Feb.17.06 - PM 21:20:13 

처음 이 촛대바위를 보았을 때, 마중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난 마중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아주 어린 나이에 서울로 생각없이 잡혀(?) 왔었다.
서울에서 공부해서 , 서울에 살아야 사람구실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교육철학에 의해.. 나뿐만이 아니라 여섯이나 되는 자식 모두..그 뿐인가 부모님도 종가집 장손이고 뭐고 없이 서울로 서울로....

그리 붙잡혀 왔으니 제정신으로 살았겠는가.
그저 자나깨나 시골에서 뛰놀던 생각뿐.
그러다 방학하면 다음 날이 시골에 가는 날.

그 때는 장항선을 타고 갔었다. 아마도 완행이지 싶다.
완행보다 더 느림보 기차가 있었다고 해도 난 벌거벗고 춤췄을 것이다.

느려도 나를 시골 집에 데려다 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으니까.
그리 내려가면 방학 중간 쯤 아버지가 시골 할머니댁을 꼭 다녀가셨다.
노부모님도 뵙고, 아이들이 버릇없이 굴 것이 맘에 안놓이셔서란다.

아버지가 오신다는 날은 썰매타러도 가서는 안된다는 할머니의 엄명이 있었던터라 나 역시 할머니 손잡고 동구 밖을 내다본다. 아버지 손에 무엇이 들려있을까 머리굴려가며....
그 나쁜 머리굴리는 습관은 그 때 생겼지싶다.^^

그 때의 그 설레임이란..
바로 '마중'이라는 단어만이 주는 보너스이리...

아버지하면 할머니에게 있어서 '세상의 다'였다.
'큰애'(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그리 부르셨다)가 도착한다는 날은 우리가 왔을 때처럼 정거장까지 나가지 않으셨다.

어린 나이에도 그것이 궁금했는데 이 나이가 되어보니 그 깊은 뜻을 이제 알 것같다.
그저 바깥 마당에서 조금 나간 곳에서 서성이셨다.

'마중'
마중은 그리운 이의 모습을 한 순간이라도 먼저 보기 위해 한 걸음 닥아서 있는 것일까.

우리네 어른들은 요즘 애들처럼 들러붙어 사람을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무관심한 것도 아니고...
그저 바람이 통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만큼만 대문에서 나가 마중을 했던 거였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울진 망양해수욕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촛대바위'가 있다.
이 바위를 처음 보았을 때 내 맘대로 해몽을 한 것이 '마중'이었다.

바위는 바다를 잘 보기 위해 조금 높은 곳, 조금 높은 곳을 찾다 그리 되었는지 바다가 아주 잘보이는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다로 고기잡이간 가장을 기다리기 위해 우리들의 어머니가 한 걸음 바다에 닥아서 있는 모습이다.
단숨에 마중나간 우리의 어머니는 촛불을 준비하여 어두움에 대비했으리..

그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함인지 거기에 우뚝 서있는 소나무 한 그루.
소나무는 울진의 상징이다.
어떤 풍랑에도 쉬이 흔들림이나 꺾임이 없는 소나무는 어머니처럼 강한 정신력을 상징한다.

그 바위를 볼 때마다 할머니가 뒷짐지시고 할머니의 '큰애'를 기다리시던 모습이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마중은 그처럼 가슴까지 뜨거워지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내 바다가 그리워 바닷가를 서성일 때면 혹여 누가 날 '마중'오는지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자꾸만....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04.2)

   바위의 전생      Feb.17.06 - PM 21:18:24 

사람마다 눈의 능력이 다른 것같다.
어떤 사람은 어떤 사물의 형태만 보고도 무엇을 닮았는지 담박아 알아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암만봐도 앞인지 뒤인지조차 구별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난 후자다.
누가 옆에서 '해답'을 알려주면 그 때서야 맞아 , 맞아 하며 한박자 늦게 호들갑을 떠는 그런 유형이다.
그게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인력으로 안되는 걸 어쩌겠는가.
팔자대로 살아야지.

산골로 오니 팔자에 없게 무얼 알아맞춰야 하는 상황이가끔 벌어진다.
해괴한 나무나 바위를 볼 때
그 때마다 정답 비스무리한 것도 내놓은 적이 없었다.

사진의 이곳은 죽변의 자지러지는 바닷가다.
그 한켠에 조용히 엎드려 있는 바위.
그냥 바위라고 지나쳤는데 동행한 분들이 웅얼거린다.
거북이라고...

나야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는 형이니 멀뚱 멀뚱 바라볼 수밖에..

귀는 밝아서 모가지를 닭모가지 비틀듯 획하니 돌려보니 영낙없는 거북이다.
그 때부터 내 호들갑은 시작된다.
주위에는 벌써 아무도 없는데...

산골에 오니 바다를 자주 볼 수 있어 좋다.
거기에 덤으로 이런 살아있는 자연물을 볼 수 있으니 복에 겨울지경이다.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엎드려 있는 거북이 부자 앞에서 숨소리조차 거추장스러워진다.

이 거북이를 보는데 '저 바위의 전생은 거북이었을까'하는 뚱딴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인과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라.
내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라'

누구나 내생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이리 저리 상상도 해보고...

그러나 이 귀절을 읽고나서는 궁금증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그 자리를 온통 차지한다.

내생이 박속같으려면 지금 짓고 있는 언행이 그보다 먼저 박속같아야 하리....

바위를 보며 전생까지 생각하게 하니 자연은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바다는 그리 거기에 있었다      Feb.17.06 - PM 21:16:05 

귀농 전에는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가을에 가슴이 건조해지면 바닷물을 좀 적시고 싶어지고, 겨울에 삶이 너무 추위에 떨면 차라리 겨울 바다에서 그 움크림을 떨치기 위해 그리워는 했었다.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배를 타도 겁이 나는건 여전하다.

그런데 귀농하고 자주 바다에 섰었다.
그 때마다 다른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내었다. 바다가.
그러나 한 발 물러서는 자신을 발견할 때
그저 몸뚱이만 자연 곁에서 더부살이 할 뿐이지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러나 이곳을 보라.
무엇이 무섭고, 무엇이 건조한지...

이곳은 울진에서도 죽변에 있는 언덕위에서 바라본 바다풍경
그러니까 몇 년 전 '야망의 계절'을 촬영했던 바로 그곳

사실 난 어디서 무엇을 촬영했다는 것에 의미을 두지 않는다.
물론 촬영할 정도면 풍광이 끝내준다고 생각하지만 그 끝내준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것....

'모래시계'의 정동진...
안가봤지만 다녀온 사람마다 실망을 나타낸다.

그러나 난 이곳이 그 촬영지라는 것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아서다.
그리고 난 그 드라마를 보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덤으로 보는 것이 싫어 드라마를 보지 않고 살았다.

이곳에 처음으로 간 날은 아주 바람이 드세었다.
서있어도 몸 속의 먼지가 다 떨어져 나갈 정도로...

그곳에서 오래도록 그리 거기에 있는 바다를 가슴이 담았다.
그랬더니 가슴에서 출렁 출렁 소리가 난다.

벌써 바다는 나의 친구가 되었고, 나도 그의 친구가 되고 싶어 가까이 가까이 닥아섰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의자 하나....

울진에 정붙이기 위해 무진 애을 썼다.
그러나 그럴수록 실망하는 일도 생겼고, 뿌듯한 일도 생겼고...
이제는 자연에 걸기로 했다.
무엇을 건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라고 조용필은 노래했지만 난 자연에 걸거다.

아니 그에게 한 걸음 닥아서서 친구가 되기로 했다.
오늘 담은 바다의 출렁임처럼 그리 나도 그에게 출렁임을 주고 싶을 뿐이다.

이런 바다를 안고 살 수 있어 울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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