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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허수경시인
하늘마음
[2019-01-05 22: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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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은 허수경 시인을 잃은 해이기도 해요.
저와 나이가 엇비슷한 것으로 아는데 너무 일찍 세상과 등을 져서 슬프고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허수경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샀어요.

허수경 시인과 저는 비슷한 환경에서 산 것 같아요.
시인은 독일이라는 낯선 곳에서 삶의 뿌리는 내리려 했고, 저는 이 낯선 곳으로 귀농하여 뿌리를 내리려 했구요.
시인과 난 그리운 것, 낯선 것들,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마음앓이의 온도도 똑같았을 거예요.

그런 허수경 시인이 지난 10월에 병으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트위터에 많은 분들이 허수경 시인의 떠남을 슬퍼했고 그 많은 분들이 허수경 시인을 좋아했구나 느끼며 함께 손잡고 울 것 같았습니다.

시인의 책 두 권을 주문하고 저는 다른 때와 달리 기다림만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아픔들을 난 그 책에서 끄집어 내게 될까 하는 생각이 착잡하기도 했어요.

이번의 두 권은 시인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이라는 시집과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라는 산문집입니다.
이 산문집은 발행일이 올해 8월이라 더 마음이 따끔거립니다.
이 산문집 곳곳에 시인의 외로움, 적막함이 묻어났습니다.

어디서 읽었던가 시인은 평소에 “나한테는 한국도 외국이고 독일도 외국이야.”라고 했다지요.
왜 안그렇겠어요.
한국도 워낙 오랜만에 오니 낯설고, 살고 있는 독일은 오래 살아도 남의 나라였겠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오래 살았던 서울에 가면 낯설고 , 그곳에서 울진으로 오면 다시 울진이 낯설고...
그 마음 잘 알지요.

“함께 말을 나눌 사람이 없던 나날 동안, 그러니까, 내가 ‘이름 없는 나날’이라고 부르는 이 나날 동안 나는 혼자서 먼먼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외로운 저녁이면 함께 만나서 밥을 먹고 깔깔거리고 걱정 나무고 했던, 서울 사는 육 년 동안 만났던 그이들. 그이들이 있어서 좋았던 그 저녁을 위하여, 그 저녁을 위하여 나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잔을 올려야 하리라. ”(본문 15쪽)

내가 이 낯선 곳에 귀농해서도 그랬어요.
주위에 사람이 있었지만 내 속내를 말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귀농인인 나는 어쨌던 굴러들어온 돌이고 이방인일 수 밖에 없었지요.

서울에서는 어디로 이사를 가든 이방인이 되거나 굴러들어온 돌이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지방은 그런 게 있었던 것같았어요.

지금이야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예요.
그래서 서울에서 오래 있다보면 이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허수경 시인의 이런 글들이 콕콕 가슴을 후벼팝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친구가 되는 듯 책을 읽고 또 읽습니다.

시인은 <꽃밥>이라는 글에서 진주비빔밥에 대해 언급했어요.
“진주비빔밥. 그 밥을 진주 사람들은 꽃밥이라고 불렀다. 색색의 갖은 나물에다가 육회를 고명으로 올리는 그 음식이 하도 보기가 좋아서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본문 19쪽)

진주가 고향인 시인은 고향의 음식도 많이 그리웠겠지요.
나중에 진주에 갈 기회가 된다면 꼭 그 꽃밥을 저도 먹고 오고 싶습니다.
안그래도 초보농사꾼이 겨우내 야콘즙, 사과즙 작업을 하느라 고생해서 어디 여행을 함께 다녀올까 한다고 하더라구요.

요즘들어 비행기타는 게 싫다고 하네요.
유럽을 그렇게 다닐 때는 한결같을줄 알았는데 유난히 비행기타는 게 싫어졌다고 하네요.

“가을이면 어머니는 젓갈을 달이곤 했어요. 말간 젓국을 얻기 위해서였지요. 젓갈을 달이는 날이면 집안 가득 젓갈 냄새가 기승을 부리곤 했어요. 사실 그리 달가운 냄새는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마당 가운데 화덕을 피워두고는 커다란 양은솥 한가득 아직 멸치 살이 다 녹지 않은 탁한 것갈을 부었습니다. ”(본문 37쪽)

종갓집 맏며느리인 우리 엄마도 집 뒤란에 화덕을 피우시고 젓갈을 달이셨어요.
부엌에서 달이지 않고 뒤란 장독대 근처에 따로 불을 준비하고 다리신 이유를 나는 귀농하고 알았어요.

냄새 때문이었을 거예요.

이 대목을 읽는데 왜 갑자기 그 시절 어머니들, 여인들의 삶이 그토록 고되었을까 아픔이 밀려왔어요.

종갓집 맏며느리...거리는 식솔만도 머슴까지 해서 14명 정도였으니 ....

“고대 근동 고고학이라는 아주 낯선 공부를 시작할 때도, 저는 이 공부를 위해서 낯선 나라에 이렇게 오래 머물러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머물고 있습니다...”(본문 121쪽)

시인은 첨부터 시를 전공한 분이 아니라 위와 같은 공부를 하여 박사학위를 받고도 독일에 눌러 사셨지요.
그러다 올 가을에 그래도 한창 활동할 나이에 삶을 접었습니다.
이 산문집 첫장을 열면 허수경 시인의 사인이 있어요.

허시인을 만난 것처럼 나는 악수를 할뻔했습니다.
나이든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보는 능력도 있나봅니다.

우리 모두는 이방인입니다.

이 겨울밤에 그대도 이방인 친구를 만나보세요.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을 다 끝내면(1년 걸리겠지만...) 다시 허수경 시인의 다른 글을 만나고 싶네요.
오늘은 허수경 시인을 위해도 기도하고 자려구요.

인연이란 만남도 있지만 글을 통한 인연도 이렇게 깊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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