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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하늘마음
[2015-10-14 01: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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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가 글을 쓰고 딸인 박아름이 그림을 그린 책이다.
절필을 선언했던 지난 1993년에 그는 용인의 아담한 터전으로 둥지를 옮긴다. 혼자만의 둥지로...

그 이름이 '한터산방'
10여년을 '한터산방'에서 자연의 변화를 눈에 넣으며, 손으로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나는 소설쓰기를 마침내 멈추었다.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고 말하면서 소설 쓰기를 멈춘다고 한 것은 나로선 작가로서의 내 죽음을 선언한 셈이었다.
<문화일보>에 연재하는 장편 <외등>을 중단하고, 그 <중단의 변>을 쓸 때 나는 관 속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본문 159쪽)

"내가 일찍이 꿈꾸어온 것은 힌두교도들이 실행하는 일반적인 삶의 과정이었다.
힌두교도들은 일생을 네 주기로 나누어 산다고 했다.
젊은 날엔 학생기(學生期)로 주경야독 배우고 익히며, 철들면 가주기(家住期)로 결혼해 식솔과 사회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자식이 성년이 되면 임주기(林住期)를 맞으니 모든 걸 물려준 뒤 숲으로 가 자연과 더불어 평안히 살고, 죽음이 가까워지면 유행기(流行期)로, 성지를 떠돌다가 홀로 정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삶인가."(본문 11쪽)

나 역시 내 마지막 날 근처에는 더 자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탈탈 털고 들어가 마지막 날까지 자연에 순응하며 느리게 느리게, 더 느리게 살고 싶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작가의 일상에 빨간불이 켜졌고, 스스로 위험을 직시했으니 어떤 결단을 내려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결단이 자연 깊숙이 들어가 사는 것이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이야 상생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상생이라고 쓰인 플래카드 높이 들고 선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그 뒤를 보면 사는 원리가 다 약육강식이다.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정도가 아니라 내 논이 줄어든다는 식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본문 40쪽)

나 역시 많이 느끼는 감정이다.
뭐든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무엇인가를 지키려하는 사람은 소리가 요란하지 않다.
조용히 일을 해나간다.

“나이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은 진리다.
입안에서 말들이 갈팡질팡하지 않도록 가슴에서 교통정리가 끝나야 한다.

이미 입안까지 와 있으면 어느 순간 생각 없이 뱉어내고 만다.
침묵연습을 그래서 늘상 해야 한다.

“나는 편안하고 고요히 늙고 싶다.
슬프고 두려운 것은 사멸 그 자체가 아니라 사멸이라는 허깨비 관념이다.
용인에서 그럴 것들을 나날이 배우고 익힌다.“(본문 33쪽)

자연에서의 시간은 인생에 물들이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속세에서는 욕심이라는 보따리 때문에 보자기에 어떤 물이 들었는지도 모르며 지낸다.

살면서 잠시 이런 물에 발을 담그며 자신의 길을 점검해보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한 요즘이지 싶다.

만나는 사람마다 앞으로 내딪는 걸음에 점점 자신도 없고, 힘도 없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연에 발담그며 세속의 찌꺼기를 토해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 가까이 살아보니 이곳이 힐링센터고, 병원이고, 에너지 충전소라는 생각이다.

작가 역시 그런 생각으로 ‘한터산방’에서 오랫동안 자연을 병풍처럼 치고 그 안에서 영혼을 재생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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