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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하늘마음
[2016-02-28 0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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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라는 책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이
방학을 하면서 싸보내 내려온 짐 속에 들어 있었다.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그 많은 짐 속에 책이 먼저 눈에 뛰어 들어왔다.

글쓰는 일과
책읽는 일은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놀이 중 으뜸이다.

<비둘기>라....
아주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이라
큰 마음을 두지 않고
내려 놓았다.

그런데
딸이
어느 날,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비둘기>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인지 몰랐다.

그 작가라면
딸의
짐 속에서 <비둘기>를 보았을 때
더 주의깊게 보았을 것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 중
<향수>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2007년에 읽은 <향수>는
여러 번 읽기를 포기했던 책으로 기억된다.

<향수>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정작 <향수>를 읽는 데에는
애 먹음이 하늘을 찔렀다.
내겐....

재미도 있었고,
충격도 있었고,
왠지 모를 마음의 불편함까지 불러 일으켰던 책이었다.

바로 그 <향수>의 작가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손에 들었을 때
바로 읽었을 것이다.

딸은 감명깊게 읽었다며
내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생각했다.
'부지런히 읽어 딸과 함께 앉아 다시 토론을 해야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읽었다.
그리고 이내 생각했다.
<향수>를 읽었을 때처럼 또 덮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끝까지 단번에 갔다.
딸과 <비둘기>라는 책을 놓고 토론할 생각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
그는 은둔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인터뷰도 마다하고
은둔하는 기이한 작가로 알려진 바로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이후 또 얼마나 무뎌지고 잘 사용하지 않는 감성을 끌어낼까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다.
역시....

주인공 조나단 노엘은 나이 오십을 넘겼으며 그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남자였다.
누군들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좋아할까...

그러나 목숨 붙어 있는 자로서 사건, 사고는 늘 껌처럼 붙어 있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니
그 설정부터가 왠지 우리네 삶과 거리감이 있다는 판단 먼저 들었다.

그러나 조금은 이해의 싹이 트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유년기, 청년기가 너무나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당해서 일생 전체를 통해
어쩌면 주인공 조나단 노엘은 그때 떠올리기도 싫은 일들을 다 겪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낚시를 갔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온데간데없고, 의자의 등받이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앞치마만 눈에 띌 뿐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노라고 했다.
이웃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어머니를 아주 먼 곳으로 끌고 갔노라고 했다..."(본문 6쪽)

이것을 받아들이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음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그리고 며칠 후 이번에는 아버지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후 조나단과 어린 누이동생은 어떨결에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게 되었고,
밤이면 생면부지의 남자들이 시키는 대로 벌판을 가로지르고....."(본문 7쪽)

한번도 본 적 없는 친척 아저씨 집에서 자랐고,
군대에 입대했고 그곳에서 다리에 총상을 맞는 등 고통이 이어진다.
그리고 제대해 돌아왔을 때는 누이동생도 이민을 떠나고 없었다.

거기까지도 참 아픈데
친척 아저씨가 권한대로 결혼을 했으나....

"결혼 후 불과 4개월 만에 마리는 사내아이를 낳았고,
같은 해 가을에 투니지 사람으로 마르세유에서 온 과일 장수와
눈이 맞아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이런 어마어마한 일련의 일들을 겪은 조나단 노엘은 사람을 믿을 수 없을뿐만 아니라
그들을 멀리 해야 자신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은행의 경비원으로 취직이 된 조나단 노엘은
"사건이라는 것이 일어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내적인 균형을 깨뜨리거나 외적인 일상의 질서를 마구 뒤섞어 놓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혐오하기까지 했다..."(본문 5쪽)

이런 성격이 된 이유로 그의 유년, 청년시절의 묘사가 앞 부분에 전개된다.
그런 까닭에 코딱지만 한 자신의 방이 불상사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곳은 조나단에게 불안한 세상 속의 안전한 섬 같은 곳이었고,
확실한 안식처였으며 도피처였다...."(본문 12쪽)


그런 코딱지만 한 안락한 섬에서의 삶도 이 하나의 사건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다름 아닌 자신의 문 앞에서 발견된 비둘기 한 마리...
"그는 죽을 만큼 놀랐다"
책 표현 그대로...

"오, 하느님, 하느님.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 왜 제게 이다지도 큰 벌을 내리시나이까?
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여, 제발 저를 저 비둘기로부터 구해 주소서! 아멘!" (본문 21쪽)

이 기도는 그가 비둘기를 보고
어떤 충격에 빠졌는지를 여실히 나타내준다.

그는 비둘기 똥을 밟을까봐
긴 장화를 신고 때 아닌 겨울외투를 입고 나선다.

그의 경비 일이 잘 진행될리가 없다.
그 와중에 늘 보아왔던 노숙자를 만나는데 평소에는 일도 않고 편하게 생활하는 노숙자를 보며
부러워했는데 그 날은 노숙자가 거리 한 귀퉁이에서 엉덩이를 내놓고 용변을 보는 것을
목격한 주인공은 그나마 공동화장실이지만 노숙자와 같은 모습으로 용변을 보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처지가 한결 행복하다고 느낀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작은 일에 자신의 행복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는 주인공...
호텔에서 자신의 코딱지만한 방으로 돌아온 조나단 노엘...
그가 그렇게 무서워하고 경계했던 비둘기도, 그의 깃털도, 그의 오물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어린시절, 청년시절의 충격으로
그는 현실을 외면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외면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우리도 가끔은 처해진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런 외면의 작은 행복을 깬 일이 생기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하찮은 경비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려주는 노숙자를 다시 보게 되고 말이다.

결국 조나단 노엘은
자신이 극복해야 할 상대(현실)에 맞서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렸다.

그리고 돌아와 보니
자신이 그렇게 두려워했던 상대는
이미 사라지고 ....

<비둘기>가 시사하는 바는 참으로 크다.
현실과 나,
무엇이 극복해야 할 대상인지도
깨닫게 되고...

우리네 삶도 그렇다.
어려운 현실을 피하기 보다는 맞서는 용기,
극복하려는 의지, 인내 등이 필요하다.

그것들을 극복할 그런 것들은
비상약처럼 모두 지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고 역시 파트리크 쥐스킨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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